[문제] :다음은 참된 앎을 향한 창조적 소수의 지적 추구와 그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일면을 예시한 글들이다. 이 글들을 읽고, 여기에 예시된 사회적 대응 태도와 그러한 태도가 나타나게 된 요인들을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해 오늘날의 사례를 활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한 편의 유기적인 글이 되도록 할 것)
(가) 지하의 동굴에서 어릴 적부터 사지의 몸을 결박당한 상태로 있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게. 이들은 이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앞만 보도록 되어 있고, 포박 때문에 머리를 돌릴 수도 없다네. 이들의 뒤쪽에서는 위쪽으로 멀리에서 불 빛이 타오르고 있네. 또한 이 불과 죄수들 사이에는 위쪽으로 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담이 세워져 있는 걸 상상해 보게. 흡사 인형극을 공 연하는 경우에 사람들 앞에 야트막한 휘장이 쳐져 있어서, 이 휘장 위로 인 형들을 보여 주듯 말일세. 더 나아가 또한 상상해 보게나. 이 담을 따라 이 사람들이 온갖 것들을 담 위로 쳐들고 지나가는 걸 말일세.
또한 이것들을 쳐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소리를 내나, 어떤 이들은 잠자 코 있을 수도 있네. 만일에 죄수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다면, 이들은 자신들 이 벽면에서 보는 것들을 벽면에 스치며 지나가는 것들로 상정할 것이라고 자넨 생각하지 않는가? 또 이 감옥의 맞은 편 벽에서 메아리가 울려 온다면 어떻겠는가? 지나가는 자들 중에서 누군가 소리를 낼 경우에 그 소리를 내는 것이 지나가는 그림자 아닌 다른 것이라고 이들이 믿을 것으로 자넨 생각하 는가? 이런 사람들이 인공적인 제작물들의 그림자들 이외의 다른 것을 진짜 라고 생각하는 일은 전혀 없을 걸세.
그러면 생각해 보게. 만약에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식으로 사례가 자연스 레 진행된다면, 이들이 결박에서 풀려나고 어리석음에서 치유되는 것이 어떤 것이겠는지 말일세. 가령 이들 중에서 누군가 풀려나서는 갑자기 일어서서 고개를 돌리고 걸어가 그 불빛 쪽을 쳐다보도록 강요당할 경우에, 그는 이 모든 것 하면서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또한 전에는 그 그림자들만 보았을 뿐인 실물들을 눈부심 때문에 볼 수도 없을 걸세.
만약에 누군가 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전에는 그가 엉터리를 보았지만, 이제는 진짜에 조금 더 가까 이 와 있고 또한 한결 더 참된 실상을 향해 있어서 더욱 옳게 보게 되었다고 한다면, 더군다나 지나가는 것들 각각을 그에게 가리켜 보이며 그것이 무엇 인지를 묻고서는 대답하도록 강요한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이라고 자네 는 생각하는가? 그는 당혹해 하며, 앞서 보게 된 것들을 방금 지적된 것들보 다도 더 진실된 것들로 믿을 것이라고 자네는 생각하는가? 그는 당혹해 하 며, 앞서 보게 된 것들을 방금 지적된 것들보다도 더 진실된 것들로 믿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또한 만약에 그로 하여금 그 불빛 자체를 보도록 강요한다면, 그는 눈이 아파서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을 향해 달아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방금 지적된 것들보다도 정말로 더 명확한 것들이라 고 믿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약에 누군가 그를 험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통 해 억지로 끌고 간다면 그래서 그를 햇빛 속으로 끌어내 올 때까지 놓아 주 지 않는다면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또한 자신이 끌려 온 데 대해 언짢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가 빛에 이르게 되면 그의 눈은 광휘로 가득 차서 이제 는 진짜라고 하는 것들 중의 어느 것 하나도 볼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그가 높은 곳의 것들을 보게 되려면 익숙해짐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네. 처음에는 제일 쉽게 보게 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물 속에 비친 사람들이나 또는 다른 것들의 상들을 보게 될 것이며, 실물들은 그런 뒤에야 보게 될 걸세. 더 나아가 하늘에 있는 것들과 하늘 자체를 밤에 별빛과 달빛 을 봄으로써 더 쉽게 관찰하게 될 걸세. 낮에 해와 햇빛을 봄으로써 그것들 을 관찰하는 것보다도 말일세. 마지막으로는 그가 해를, 물 속이나 다른 자 리에 있는 해의 투영으로서가 아니라 제자리에 있는 해를 그 자체로서 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또 그는 태양에 대해서 벌써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을 걸세. 즉 계절과 세월을 가져 다 주며, 보이는 영역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며, 또한 어느 면에서는 그를 포함한 동료들이 보았던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일세.
어떤가? 이 사람이 최초의 거처와 그곳에 있어서의 지혜 그리고 그 때의 동료 죄수들을 상기하고서는, 자신의 변화로 해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기 되, 그들을 불쌍히 여길 것이라고 자넨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면 이 점 또한 생각해 보게. 만약에 이런 사람이 다시 동굴로 내려가서 이전의 같은 자리에 앉는다면, 그가 갑작스레 햇빛에서 벗어 나왔으므로 그의 눈은 어둠으로 가 득 차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만약에 그가 줄곧 그곳에서 죄수 상태로 있던 그들과 그 그림자들을 다시 판별해 봄에 있어서 경합을 벌이도록 요구 받는다면, 그것도 눈이 제 기능을 회복도 하기 전의 시력이 약한 때에 그런 요구를 받는다면 어둠에 익숙해지는 이 시간이 아주 짧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는 비웃음을 자초하지 않겠는가? 또한 그가 위로 올라가더니 눈을 버려 가 지고 왔다고 하면서 올라가려고 애 쓸 가치조차 없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기들을 풀어 주고서는 위로 인도해 가려고 꾀하는 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어떻게든 붙잡아서 죽일 수만 있다면, 그를 죽여 버리려 하지 않겠는가?
(나) 총명한 선비에게는 괴이하게 생각되는 것이 없으나 무식한 사람에게는 의 심스러운 것이 많다. 그야말로 '견문이 적으면 괴이하게 여기는 일이 많다' 는 격이다.
무릇 총명한 선비라고 해서 어찌 일일이 물건을 제 눈으로 보아서 아는 것 이랴. 한 가지를 들으면 눈에는 열 가지가 형상화되고, 열 가지를 보면 마음 에는 백 가지가 설정되어, 천 가지 괴이한 것과 만 가지 신기한 것에 대해 그 본질에 충실하게 객관적으로 보여 하여 주관을 섞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 로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무궁무진하게 응수할 수 있다.
본 것이 적은 사람은 해오라기를 가지고 까마귀를 비웃고, 물오리를 들어 서 학의 자태를 위태롭게 여긴다. 정작 그 사물 스스로는 전혀 괴이하게 생 각하지 않는데, 자기 혼자 성내어 꾸짖으며 한 가지라도 제 소견과 틀리면 천하 만물을 다 부정하려고 덤벼든다.
저 까마귀를 살펴보자. 그 날개보다 더 검은 색깔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햇빛이 언뜻 흐릿하게 비치면 얕은 황금빛이 돌고, 다시 햇빛이 빛나면 연하 녹색으로도 되며, 햇빛에 비추어 보면 자줏빛으로 솟구치기도 하고, 눈이 아 물아물해지면서는 비취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푸른 까마귀라고 불 러도 옳으며, 붉은 까마귀라고 불러도 역시 옳을 것이다. 그 사물에는 애초 부터 정해진 색깔이 없건만, 그것을 보는 이가 눈으로 색깔을 먼저 결정하고 있다. 어찌 눈으로만 색을 결정하는 것뿐이랴. 심지어 보지도 않고 미리 마 음속으로 결정해 버리기도 한다.
까마귀를 검은 색깔에다 봉쇄하는 것쯤이야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천하의 모든 빛깔을 까마귀의 검은 색 하나에 봉쇄해 두려 한다. 까마귀가 실로 검 은 색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푸른 빛이나 붉은 빛을 띤다고 하는 것은 바로 겸은 색 가운데서 푸르고 붉은 빛이 난다는 사실을 의미함을 그들 이 어찌 알고 있으랴. 검은 색을 어둡다고만 보는 사람은 까마귀를 모를 뿐 만 아니라 검은 색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아, 슬프다! 세속의 무식한 사람은 까마귀를 비웃고 학을 위태롭게 여김 이 또한 매우 심하겠지만, 까마귀는 자줏빛으로 변하기도 하고 혹 비취빛으 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까마귀의 색깔이 자줏빛이나 비취빛이라고 말한다면, 세속의 무식한 사람들의 성냄이 날로 더하리라는 것을 의심할 바 없구나.
이처럼 세상에는 총명한 선비는 적고 무식한 사람들은 많으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이 나으리라. 그런데도 총명한 선비가 말을 그칠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근대 과학은 태동하기 시작했다. 1543년은 코페르 니쿠스가 죽은 해였고, 그의 책 『천구(天球)의 회전에 관하여』가 태어난 것도 바로 그 해였다. 코페르니쿠스의 경험적 방법에 의한 지동설의 등장과 함께 중세적 자연관은 그 뿌리로부터 위협받게 되었다. 이것은 기존 권위에 대한 심각한 충격이며 도전이었다. 이러한 충격과 도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비극적인 한 지식의 모습을 우리는 브루노(G. Bruno)에게서 볼 수 있 다.
브루노는 쿠사누스의 우주관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결합했다. 코페르 니쿠스는 우주는 유한하다고 생각했으며, 다라서 그의 지동설도 태양계에 한 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이면서도 쿠사누스처럼 우주는 무한하고 지구는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주에는 코페르니쿠스가 생각한 태양계와 유사한 것들이 무수히 존재하며, 그것들이 각각 하나의 세계라고 한다면, 우주에는 무수한 세계가 있다는 것 이다. 이것은 우주 어디에도 중심이 없고, 또한 어디라도 중심이 될 수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가 중심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며, 천상계를 높다 하고 지상계를 낮다고 하는 것은 교회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신(神) 중심적 세계관의 거부였으며, 교회를 정점으로 하는 당시의 사회 체제에 대한 전면적 위협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사회는 브루노의 주장을 용납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온갖 박해를 가했다. 그러나 브루노는 이러한 박해를 피해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각지로 유랑하는 운명에 처해서도 지동설을 알리려는 사명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 한 베네치아 귀족 청년의 초청을 받고 1591년에 조국으로 돌 아왔다가 그 청년의 밀고로 체포되고 말았다. 모진 고문 끝에 1593년에 로마 로 압송되어 종교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그는 자기 주장을 결코 굽히지 않았 다. 감옥에서 7년을 보낸 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1600년 2월 17일 그는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 당했다. 이리하여 브루노는 진리를 위한 또 하나의 순 교자가 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위해 죽을 택한 지 2,000년 뒤의 일 이었다.
사형이 확정되었을 때 브루노는 감연히 말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있는 나보다도 그 것을 결정한 그대들이 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나는 안다."
:: 유의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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