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가)에 드러나는 주인공의 행위를 제시문 (나)의 논거에서 비판하고, 제시문 (다)의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행위에 대하여 논술하시오.<30점>
(가)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삼가.'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뜻도 없다. 아마 어제였던 것 같다.
양로원은 알제에서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마랑고에 있다. 두 시에 버스를 타면, 오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밤샘을 할 수 있고,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으리라. 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는데 그는 이유가 이유이니만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사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변명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두 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나를 가엾게 여겨 매우 슬퍼해 주었고, 셀레스트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 한 분밖에 없는데."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간까지 바래다 주었다. 나는 좀 어리벙벙했다. 왜냐하면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은 몇 달 전에 그의 아저씨를 잃었던 것이다. 나는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거의 내내 잤다.
······ (중략) ······
나는 저녁에 영화 구경 가지 않겠느냐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페르낭델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둘이 옷을 다 입었을 때,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보고 마리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 되면서, 상을 당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라고 대답했다. 언제 그런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어하기에, 나는 "어제."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흠칫 뒤로 물러섰으나, 아무런 나무람도 하지 않았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런 소리를 사장에게도 한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해본댔자 무의미한 일이었다. 어차피 사람이란 조금은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까.
저녁이 되자 마리는 모든 일을 다 잊어버렸다. 영화는 때때로 우습기도 했지만 정말 너무 시시했다. 마리는 다리를 내 다리에 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영화가 끝날 무렵 키스를 한다는 것이, 서투르게 되고 말았다. 영화관을 나와 그녀는 내 집으로 왔다.
(나) 사람이 누구나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까닭은 이러하다. 지금 별안간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가엾고 불쌍하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친해 보았으면 해서도 아니요, 마을 사람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송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다. 또는 구해주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타고난 본성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살펴보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어도 인간이 아니고,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마음이 없어도 인간이 아니다. 가엾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인(仁)의 싹이요, 악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싹이다.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싹이며, 선악을 구별하는 마음은 지(智)의 싹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사지를 가지고 있듯이 이 네 가지 싹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니 자신은 인의예지를 할 수 없다고 단념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사람이고, 타인에게 그것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타인을 해치는 사람이다. 무릇 사람이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이 네 가지 싹을 트게 하여 영글게 할 줄만 알면 그 삶은 불이 타오르듯 샘물이 솟듯 아름답게 펼쳐질 것이다.
(다) 우리는 건축가가 된 다음에 집을 짓거나, 거문고 연주가가 된 다음에 거문고를 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지어봄으로써 건축가가 되고, 거문고를 타봄으로써 거문고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옳은 행위를 함으로써 옳게 되고, 절제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절제 있게 되며, 용감한 행위를 함으로써 용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마리 제비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어느 하루가 무더웠다고 여름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실천은 성향이 되고 성향은 습관이 될 때 비로소 성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남과 사귀는 가운데 우리가 늘 행하는 행위에 의해 우리는 올바른 사람이 되거나 옳지 못한 사람이 되며, 또 위험에 부딪쳐서 무서워하거나 태연한 마음을 지니거나 하는 습관을 얻게 됨으로써 혹은 용감하게 되고 혹은 겁쟁이로 된다. 욕망이나 노여움 같은 것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즉 자기가 당한 처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절제 있고 온화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혹은 방종하고 성미 급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어떠한 습관을 가지는가 하는 것은 결코 사소한 차이를 낳는 게 아니다. 아주 결정적인 차이, 아니 모든 차이가 거기서 비롯된다. 결국 좋은 습관을 가짐으로써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주의사항: 답안지, 연습지, 그리고 문제지에 필요한 인적사항을 기입하 였는지 확인하시오
:: 유의 사항 ::
1. 원고지에는 제목과 이름을 쓰지 말고,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한 편의 글을 완성할 것.
2. 1,300(±100)자 정도로 쓸 것(600자 이내의 답안은 채점에서 제외함).
3. 아래의 문제나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반복 사용하지 말 것.
4. 어문 규정과 원고지 사용법에 따를 것.
5. 답안 내용 중에는 수험자의 신원을 나타낼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말 것.
6. 연필을 제외한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연필로 쓴 부분은 채점에서 제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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