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아래의 글에서 시사하는 바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벗'을 별도로 구상하여 논술하시오.
서파삼우(西坡三友)란 나의 벗 이이립(李而立)이 스스로 지은 별호이다. 기해년 가을에 벼슬을 그만두고 남방으로 돌아와 영천의 서파리에 살면서 스스로 호하기를 서파삼우라 하니, 세 벗이란 양수(陽燧：문질러 불을 내게 하는 도구)와 뿔술잔과 쇠칼이다. 그가 말하기를 "내가 벗과 떨어져 혼자 사니 사람들이 나와 벗하지 않고, 나도 또한 사람들과 사귀려 하지 않았다. 이에 세 물건으로 벗을 삼으니, 양수로서 끓이는 것을 맡게 하고, 뿔술잔으로 술을 숭상하고, 칼로 생선을 회하여 혼자서 술 붓고 마시니 이내 취하고 배가 불렀다. 생선 나고 쌀 나는 시골에 살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들을 벗으로 취한 까닭이다." 했다.
나는 벗이라는 것은 그 마음의 덕을 벗하는 것이니, 진실로 벗할 덕이 있다면 사람과 물건을 모두 벗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허다하게 물건으로 벗을 삼았다. 그런데 물건 중에 가히 취하여 벗으로 삼을 것이 이것만이 아니거늘, 그가 하필 이로써 벗을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 양수는 불을 취하는 기구이다. 한 번 그 불을 얻어 소멸하지 않게 하면 그 빛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 마치 마음의 밝은 덕을 한 번 밝혀 그치지 않게 하면 그것이 다하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이 불을 취한 자가 생각을 두면 반드시 날로 새롭고 또 새로운 공(功)이 있으리니 어찌 불을 화덕에 피울 뿐이리오. 뿔술잔은 가운데가 비고 안으로 향하여 아래로 임하는 길이 있다. 그 들어간 것이 물건을 포용하는 아량을 품고 있다. 이것을 쓰는 자가 그 덕을 생각하면 반드시 도(道)를 즐기고 선(善)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칼이라는 것은 쇠이다. 가을의 기운과 부합하니 그 덕은 예리한 데에 있다. 그 예리함을 물체에 쓰매 진평(陳平)은 고기의 분할을 심히 공평히 하였고, 정치에 쓰매 여회(如晦)는 사건 처리에 결단을 잘 하였다. 이 칼을 잡고 그 쓰이는 바를 자세히 살피면 칼 쓰기를 여유 있게 할 것이니 저희가 어찌 감히 옳은 말을 당하리오. 안으로 스스로 몸을 닦는 방법과 밖으로 백성에 임하는 도리가 실로 이 세 가지 가운데에 갖추어져 있다.
공자(孔子)가 일컬은 '유익한 벗(益友)'과 맹자(孟子)가 논한 바 '존경하는 벗(尙友)'이라는 말이 본래 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이러한 벗을 얻었으니 가히 벗을 취하는 법을 안다고 이를 만하다.
서거정(徐居正)의 《동문선(東文選)》98권에 수록된 유방선(柳方善)의 <서파삼우설(西坡三友說)> 중에서
:: 유의 사항 :: 1. 윗글에서 암시된 '벗을 취하는 기준'을 첫 단락에 요약하시오.
2. 자신의 '벗'을 2∼3 종류로 구상하시오.
3. 그렇게 구상한 이유를 설명하되, 현대적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시오.
4. 5∼6개의 단락으로 구성하고, 900자 이상 1000자 이내의 분량으로 작성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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