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자세한 사항은 각 대학 홈페이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chance

(2002-11-11 22:47:24, Hit : 1721, Vote : 310)

1997 중앙대학교[자연]

로마시대의 노예는 귀족이나 시민이 기피하는 육체 노동을 대신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문화 융성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노예 제도는 귀족을 향락과 퇴폐에 빠지게 해 로마제국을 멸망하게 한 원인중 하나가 됐다는 견해도 있다.

미래 사회에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만들어져 인간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로마시대의 노예와 미래의 로봇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로봇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로마시대의 상황과 대비하여 예견하고 그러한 영향 가운데 부정적인 것의 예방책에 대해서 논술하라.

▲이해와 접근

미래 사회에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줄 로봇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로마시대의 귀족.시민과 노예에 견주어 보는 흥미로운 논제다. 논제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로마시대의 문화 융성은 노예노동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바로 그 때문에 로마제국이 멸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로마시대의 노예는 인간이었다. 다만 제도적으로 귀족이나 시민과 다른 계급에 속하기 때문에 그들이 육체 노동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의 로봇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지만 논제에서는 인간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유사성의 정도에 따라 로봇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미래 사회에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논제에는 없다. 논제에 나타난 「미래사회」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거의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갖춘 기계」라고 가정하는 것이 가장 문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단순히 육체적 노동 뿐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노동도 로봇이 대신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로봇은 인간의 대리인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로봇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말에서도 강하게 나타나듯 인간은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따라서 「인간과 유사한 로봇」에게 모든 사고와 판단작용을 내맡기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상황은 인간과 로봇간의 전쟁을 통해 로봇이 인간을 정복한 후에나 가능할것이다. 설령 많은 정신노동을 로봇이 대신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인 영역에는 반드시 일반적 의미의 정신노동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학문과 문학, 예술 등은 단순히 정신노동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노동 중 많은 부분을 로봇에게 맡긴 후에 발생하는 잉여의 여가를 그러한 부분에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인간은 인간의 고유 기능이라 여겨지는 많은 것을 로봇이 대신 행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감각적 향락에 빠질 우려가 있다. 또 시쳇말로 로봇만도 못한 인간이 발생함으로써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가와 여유가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볼 수 없으며 또 인간의 의도적 노력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또다른 영역에서 인간이 할 가치있는 일을 창출함으로써 미래 로봇이 등장한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의미있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로봇만도 못한 인간」식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위의 언급들을 참고로 학생 여러분의 상상력을 동원해 이 문제에 접근해 보기 바란다.

<최윤재(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 1998 중앙대학교[자연]

▽ 1999 중앙대학교[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