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ce

(2002-10-16 08:35:57, Hit : 1490, Vote : 285)

- 가르친다는 것은 언제나 -

미처 영글지 못한 채 밀려와
겉마른 풀잎으로 서걱이는 계절
교정 가득한 빈 시간 속으로
여름 내내 키워 온 창백한 가슴들 서성일 때
쫓겨가는 시간보다 더 진한 허무의 색깔로
다른 나라 시인의 달콤한 가을
더 달콤하게 포장한 언어로 말해 주는 것이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불타오르는 목메임으로 청청한 여름
칡넝쿨에 온몸 조이고
잎사귀 하늘 덮어 깜깜한 앉은뱅이 나무의 아픔을
한 점 바람으로 흔들어
숨통 트이게 해 주는 것들이
또 가르치는 것이라 믿은 적이 있었다

.........(중략)...............

그러다가 어느 봄학기
붉게 충혈한 아카시아 꽃잎 함성되어 떨어지고
울먹인 이 땅 말없이 눈물 감출 때
단 몇 개의 귀와 잎
빈 자리 맴돌던 성난 눈길들을 보면서
가르친다는 것은 언제나
성난 눈길 깊은 곳 불길같은 노여움으로
살아있어야 됨을 비로소 알았다.

△ 교사의 기도

▽ 깨어있는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