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사냥
우리는 Y자형 나뭇가지를 꺾어 새총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를 잘 다듬고 고무줄과 돌멩이를 얹는 곳에 질긴 가죽 조각을 대고 서로들 최고의 무기를 만들었다. 나와 상민이 동철이는 기세가 당당하게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무기를 쓰다듬고 소중히 간직한 채 가을이 지나가고 있을 10월의 마지막 날에 전선으로 향했다. 다 헤어진 바지가랑이의 호주머니에 신작로에서 주은 대추 만한 아니 납덩이 만한 돌을 하나 가득씩 채우고 치렁치렁한 바지가랑이를 추스르며 산으로 올라갔다. 주 공격 대상은 참새들이었고 그것은 우리들의 영원한 적수였다. 온갖 폼과 자세로 이산 저 산을 누비고 다녀도 적군은 나타나지 않았고 산 속의 아름다운 단풍은 우리들을 비웃는 듯했다. 그때 상민이가
"야! 조용히 해, 나타났어!"
하고는 입가로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 순간 동철이의 엄지와 검지는 무기의 방아쇠에 대어 있었고 우리는 숨소리도 죽인 채 발걸음을 한발한발 떼어놓았다. "팽-"하고 소리가 나는 순간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있던 적은 날아가 버리고 떨리는 나뭇잎 몇 개만이 땅바닥에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고 돌격을 개시했다. 계속 전진만이 있을 따름이었다.하지만 뜻대로 적은 나타나지 않았고, 나타난다 해도 순순히 우리의 뜻을 따라 주지 않았고 멀리서 비웃는 듯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 순간 멀리서 암꿩의 울음 소리만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다. 우리 저 꿩 잡으러 가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소리나는 쪽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손에는 호주머니에서 제일 큰 돌 하나를 꺼내어 장전을 하고 발사 태세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목표 지점에 거의 도달하여 숨을 죽이고 눈동자는 점점 커져가고 발걸음은 점점 가볍게 그리고 아주 느리게 걸었다. 아니 기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푸
드득 소리와 함께 가랑잎 사이로 달려가는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셋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명중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목표지점으로 향했다.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산 속의 촉감은 몹시 가벼웠고 우리들은 서로가 소리를 지르며 큼직한 명중 물에 대한 기대에 차 있었다.
"저기 있다."
우리는 동시에 함성을 치며 가랑잎 사이에 고개를 쳐 박고 있는 커다란 꿩 한 마리를 보았다. 상민이가 잽싼 걸음으로 달려가 덮쳤다. 아뿔싸, 그러나 잡힌 것은 가랑잎과 팔뚝에 남아 있는 상처뿐이었다. 어느 사이 그놈은 벌써 공중을 날고 있었다.
"에이, 재수 더럽게 없다. 그것도 못 잡냐?"
우리는 다시 말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한참 내려오다 동철이의 제안에 우리는 잠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시원한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스쳐 지나가고 가을 하늘은 푸르디 푸르렀다.
얼마 후 상민이는 오줌을 시원스럽게 갈겨대고는 어디선가 빈 농약 병 하나를 주어 들고 왔다.
" 야, 우리 이거 맞추기 시합하자."
하고는 나뭇가지에 빈 병을 걸어 놓았다. 나는 열 발자국을 떼어서 줄을 그어 거리를 조정하고, 서로 호주머니에서 돌 하나씩을 꺼내어 차례로 병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서로가 쏘아댔지만 깨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고 멀리 날아가 버리는 돌멩이 소리만 들리었다. 거리를 점점 좁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좁혀도 맞히는 놈은 없었고 돌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무렵 상민이는 한두 발 앞으로 다가가 거의 병에 다가섰을 때 힘차게 병을 부숴 버리고 말았다. 그 소리는 고요한 산 속의 정적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쨍'하는 순간 상민이는 한 쪽 눈을 부여잡고 멍 하니 서 있었다. 우리는 다가가 상민이를 바라보니 한 쪽 눈에서 눈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눈물인 줄로만 알았다. 그와 함께 우리는 불안한 공포에 떨고 있었다.
"너, 왜 그래."
나는 당황하는 눈빛으로 상민이에게 말을 건넸으나 상민이는 말이 없었다.
"응,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아."
한참 후 상민이는 걱정된 표정으
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서로 굳은 약속을 했다.
"우리 집에 가서 절대 비밀로 하는 거야, 말하면 안돼."
그리고는 근심스런 모습으로 빠르게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서로가 서로의 일이 그렇게 궁금하게 여겨진 그날 밤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 다음날 어머니께서는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상민이가 눈을 다쳐서 서울 큰 대학 병원에 갔다드라. 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니?"
가슴이 덜커덩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응,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는 나는 산 속으로 무작정 달렸다. 어제의 그 자리에 단숨에 뛰어 올라 병을 치워버리고 싶어서였다. 상민이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계속해서 나한테로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두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하늘에서는 참새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며칠 후 상민이는 한 쪽 눈에 개눈(?)을 박고 나타났다.
실명이었다.
그후 20년이 지난 어느 날 상민이를 서울 어느 길에서 만났다. 그는 나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목에 피티기며 말했다. 나도 그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