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것을 보면 왠지 낯이 간지러워진다. 하지만 촌스러운 것에는 꾸밈이 없다. 간지러운 낯에는 어느새 웃음이 머금어진다. 촌스러움에는 무언가 강렬한 것이 있다. “우리는 하나” “조국 통일”. 얼마전 폐막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이 남한의 관중들과 어울려 외쳤던 말이다. 방송에서 본 그 목소리, 그 모습에서는 촌스러운 구석이 물씬 풍겼다. 이런 촌스러움에서 우리 모두는 무언가 강렬한 걸 느꼈을 것이다.
단 한번의 북한 응원단 방문이 우리 민족이 그토록 바라는 통일에 당장 어떤 기여를 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선수끼리, 같은 피붙이끼리, 또는 특별한 전문가끼리만 느낄 수 있었던 민족적 동질성을 일반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과거 그 어떤 행사보다도 뜻이 깊었다고 본다. 막연한 동질성이 구체적 동질성으로 확인된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반성해볼 것이 있다. 흔히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한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그 자체만을 본다면 그 말은 타당하다. 하지만 국가 대항으로 벌어지는 스포츠 대회의 참가나 개최는 정치성을 떠날 수 없다. 이것은 근대 스포츠의 역사가 여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나 응원단 파견은 다분히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는 모든 인류의 공통언어이기 때문에, 그것만큼 이해와 조화를 거두기 쉬운 것도 없다. 우리처럼 외압에 의해 분단된 민족에게는 더욱 그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가급적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해진다. 더구나 이번처럼 같은 강토에서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호응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없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북한의 이번 참가는 그 의의가 크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아시안게임 개최 몇달 전만 해도 그들의 참가 여부는 오리무중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이나 1988년 올림픽에 북한은 참석하지 않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는 참가했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스포츠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북한의 정치환경일 것이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햇볕(sunshine)’으로 상징되는 대북 포용정책이 결실을 맺은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북한의 대회 참가와 미녀 응원단의 상긋대는 미소가 같은 민족으로서 더 한층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런 만남이 통일의 당위성이나 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면 어떻게 북한을 대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선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반성을 해보는 것은 남북한이 하나될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잡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현상만을 논의하는 현실을 보면서 현상이 있게 한 원인이 부각되지 않아 그 점을 강조해 보았다. 이제 다음과 같은 점을 가지고 논의해 보자.
1. 북한 응원단에 대한 남쪽의 관심이 지나치게 ‘예쁜 얼굴’에 집중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논의해 보라. 특히 남한의 외모 콤플렉스와 연관해서.
2. 북한 응원단이 남쪽 사람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를 설명해 보라.
4. 남한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아는 대로 설명해 보라.
〈최윤재/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경향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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