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꽃을 위한 서시(序詩)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너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나)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르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다)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鄕愁)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1. (가)∼(다)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자의 윤리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② 시적 화자가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있다.
③ 개인적 서정을 낭만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④ 시적 대상에 인격적 속성을 부여하고 있다.
⑤ 개인의 체험을 역사 의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2. 작품의 의미 구조로 볼 때, (가)의 밑줄 친 ㉠∼㉤ 중, 다음 시의 와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밑줄 친 ⓐ와 ⓑ에서 각각 느껴지는 정서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 ⓑ ⓐ ⓑ
① 원망 분노 ② 그리움 기다림
③ 낙담 감격 ④ 안타까움 한스러움
⑤ 흥분 절망
4. (다)의 밑줄 친 'ⓒ : ⓓ'의 관계와 유사한 것은? (2점)
① (가)의 '나 : 짐승' ② (가)의 '존재 : 이름'
③ (가)의 '얼굴 : 신부' ④ (나)의 '바람 : 풀'
⑤ (나)의 '비 : 동풍'
1. ④ 2. ② 3. ④ 4. ④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가)에서는 '꽃'을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로 (나)에서는 풀이 '눕고 일어나고 울고 웃는' 존재로, (다)에서는 비둘기가 '향수'를 느끼는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즉, (가)∼(다)에서는 모두 시적 대상에 인격적 속성을 부여하고 있다
2. 의미 구조의 분석과 적용
<보기>의 시는 (가)의 1연과 의미상 대응적인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가)의 '나'는 <보기>의 '포수'에, '손'은 '한 덩이 납'에, '너'는 '순수'에, 그리고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은 '상한 새'에 각각 대응된다. 대상의 순수한 실체를 얻으려고 내가 손을 뻗치는 순간 그 대상이 되는 사물의 본질은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상한 새'는 ㉡의 '어둠'과 연결된다.
3. 시어에 내재된 정서
ⓐ에는 대상의 본질을 알고자 하나 좀체로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안타까운 갈망과 몸부림의 마음이 나타나 있다. ⓑ에서는 비와 바람에 쓰러질 수밖에 없는 존재의 비애, 한스러움의 정서가 느껴진다.
4. 상징적 의미의 관계
ⓒ와 ⓓ는 대립적 관계에 있다. '문명(ⓒ)'에 의해 쫓겨나는 '자연(ⓓ)'의 상징이 각각의 '번지'이다. 이와 같은 대립적 관계는, (나)의 '바람'에 의해 눕혀지는 '풀'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나)의 '바람'과 '풀'은 대립적 관계로 볼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