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입수학능력시험 출제장소 외부 유출 사실(본보 11일자 1면)이 알려진 11일 교육계는 일제히 충격에 휩싸였다.
일선 고교와 입시학원, 교육단체 등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수능(11월6일)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출제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시일이 촉박해 출제장소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있다”는 입장이어서 공정성 시비 등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신분도 노출되는 것 아니냐’
이영덕(李永德) 평가관리실장은 “합숙출제장소와 일정이 노출됐기 때문에 출제위원의 신분도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진학담당교사들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부산 C고 진학담당교사는 “이번 사안은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한 1992년 입시문제 유출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유출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만 수능시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정모(46ㆍ여)씨는 “매년 이맘때 학원가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능시험 출제위원 명단이 돌아다녀 혼란스러웠는데 금년에는 출제장소까지 노출돼 출제위원 유언비어가 더 기승을 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 ‘땜질대책’ 논란
일선 교육계의 비난여론이 들끓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경비 및 보안강화를 골자로 한 ‘수능출제 장소 유출대책’을 긴급 마련했다.
교육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찰과 협조해 경비인원을 대폭 늘리고 외곽경비를 강화하며 출제본부 내부 보안시스템을 재정비키로 했다. 출제위원을 비롯 관리 및 경비요원 등에 대한 보안교육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와 입시전문가들은 출제장소 변경 등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땜질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서울 Y고 박모(45)교사는 “출제장소를 당장 옮기고 보안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는 등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
3년전 수능 출제를 맡았던 한 대학교수도 “수능까지 시간이 남은만큼 출제장소를 바꾸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교육부는 10일 수능 출제 장소가 외부에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종승(李鍾昇) 원장을 현지에 급파, 보안상황을 긴급 점검하는 한편 유출경위 조사 등에 착수한 바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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