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20여개도...8만5000명 '빈자리' "대학도 퇴출" 위기감 확산
200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 199개 4년제 대학과 156개 전문대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8만5000여명에 달해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4년제 대학과 20여개 전문대학 등 30여개 대학은 모집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으며, 6~7개 대학은 정원의 30% 가량만 채워 문닫을 위기에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영능력이 없는 대학에 대해 퇴출경로를 마련키로 해, ‘대학 퇴출 시대’가 조만간 현실로 닥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 얼마나 못 채웠나 =18일 교육부와 대교협·전문대협의회 등에 따르면 4년제 대학(모집인원 36만여명)의 경우 3만5000여명을 못 채웠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2002학년도 미충원 인원 2만7182명보다도 8000여명 늘어난 것이다. 2001학년도 1만2897명보다는 무려 3배 가까이 이른다. 지역별로는 전북(6300명 미충원), 경북(5000명), 광주(4500명), 전남(3500명), 강원(3292명)지역이 심각하다. 모집정원 1800여명인 경북의 A대학은 750명을 못 채웠으며, 정원 1100여명인 강원 B대는 440명이 미달됐다. 정원 1400여명인 경북의 C대는 무려 960명이 미달돼 충원율이 33.3%에 불과했고, 정원 1800명인 광주의 D대학은 1200명을 못 채웠다.
전문대(모집인원 28만여명)는 무려 5만172명을 채우지 못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002학년도 2만2858명의 두 배 이상, 2001학년도 4589명의 10.9배나 된다. 경북·전북·강원은 각각 미충원율이 38.1%(1만1951명), 33.6%(4713명), 33.1%(3770명)에 이른다. 정원의 70%를 못 채운 대학이 20여개에 이르며, 50% 미만도 20여개다. 4개 대학은 충원율이 30%대에 불과하다.
◆ 왜 이런가 =지나치게 대학이 많은 데다, 대학 총 입학정원에 비해 고교졸업생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4월 현재 4년제 대학은 200개(KAIST 포함)를 돌파했고, 전문대도 160개에 육박하는 등 총 360개나 된다. 대학들은 그동안 ‘등록금 장사’를 위해 정원늘리기에만 급급, 입학정원은 65만여명(정원 외 포함할 경우 73만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고교졸업생은 해마다 줄고 있고, 2003학년도 수능시험엔 수능응시자가 65만여명에 그쳐 정원 외 모집인원까지 합치면 산술적으로도 8만명이 모자라게 돼 있다.
문제는 정원의 절반조차 못 채우는 대학이 수두룩한 도(道) 지역이다. 2003학년도 입시에서 지방의 상당수 전문대학들에서는 수능, 내신에 상관없이 지원만 하면 합격시키는 이른바 ‘묻지마 선발’이 성행했고, 일부 4년제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4년제 대학 관계자는 “수능 80점(400점 만점)을 받고도 4년제 대학에 합격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전문대 입학담당자는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마당에 수능이니 내신이니 하는 것은 아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대는 개학 후 한 달이 지난 이달 초까지도 추가모집에 나섰다. 지방대 이모 교수는 “가까스로 모집했어도 편입학으로 썰물처럼 또 빠져나간다”며 걱정했다.
◆ 전망 및 대책 =지방대학들은 홍보 강화, 기숙사 확충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학생수보다 많은 대입정원 초과 현상도 2010년쯤에 가서야 다소 해소될 전망. 학교법인 성심학원이 지난해 말 성심외국어대(전문대)를 같은 재단의 영산대(4년제)에 통합키로 결정한 것처럼 대학들이 사태해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건이다. 대교협 이현청 사무총장은 “정원 감축, 경쟁력없는 학과 통폐합, 대학 간 M＆A 등 구조조정 외에는 살길이 없을 것”이라며 “서울 등 주요 대학과 지방대 간의 교수 및 커리큘럼 교환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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