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결과 재수생들의 성적이 재학생보다 계열에 따라 50점(5개영역 종합점수 400점 기준) 이상 높게 나오면서 고3교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고교는 정시모집보다는 재학생에게 유리한 수시모집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학생이 늘어나자 수시 2학기 모집 대비반을 꾸리는 등 분주하다.
◇수시 2학기 모집 지원 급증=서울 광남고의 경우 27일 원서를 마감하는 고려대 수시 2학기 모집에 당초 20명이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모의평가 결과 발표 뒤 40여명으로 지원자가 늘어났다. 서울 구정고도 전교생 354명 중 160명이나 수시 2학기 모집에 원서를 낼 예정이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수시 2학기 모집에 100여명이 지원했다. 이 학교 이정숙 교사(40·여)는 “재수생 강세 현상이 발표되면서 수시지원자가 부쩍 늘었다”며 “4곳 이상 중복지원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울산 학성고에 다니는 김재영군(18)은 “결과가 나온 뒤 불안해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우리반 35명 중 11명이 수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실제 수능에서도 재수생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교사 및 학생들이 수시모집이 재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3교실 혼란=일선 고3교실은 남은 대학의 수시 2학기 모집에 한가닥 희망을 걸면서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교사들은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수능 준비에 매달리랴, 불안해 하는 학생들을 다독거리랴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 세화여고 박정신 학생부장(52)은 “학생들의 동요가 심하지만 상당수 대학은 수시 2학기 모집이 끝난 상태라 별로 대안이 없다”며 “학생들을 다독여 수능 준비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충암고 김창록 진학담당부장(44)도 “벌써부터 재수하겠다는 학생이 생기고 있다”며 “최대한 수능에 대비하도록 수준별 수업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수능 준비 최선 다해야=전문가들은 일단 평가결과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범홍 대학수학능력시험연구실장은 “모의평가에 응시한 재수생은 대부분 학원에 등록한 상위권 학생이므로 점수 차이가 크게 난 것 같다”며 “수리영역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실제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했고, 결과도 의도했던 대로 나왔다”고 밝혀 11월6일 시행되는 실제 수능에서는 수리영역이 다소 쉽게 출제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수시 2학기 모집보다 정시모집의 인원이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정시까지 가겠다는 자세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혜화여고 안석재 교사도 “마무리에 힘쓴다면 재학생들이 점수를 만회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지레 겁을 먹고 중간에 수시모집으로 하향 안전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