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등학교 2학년부터 시행되는 7차교육과정의 선택중심 교과과정이 최소이수단위 설정 등 6차때와 큰 차이가 없는 서울대의 대학입시안 때문에 애초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9일 서울 지역 일선고교에 따르면 상당수 고교가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된 이후, 인문과 사회, 자연과 이공 등으로 세분화했던 내년 2학년의 교육과정을 인문사회와 자연 등 2개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는 문·이과로 나눠 있는 6차교육과정의 계열구분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것으로써 학생 요구에 따라 어문·사회·이공·생화학·외국어·직업 과정 등을 설치·운영하도록 한 7차교육과정의 의도와는 크게 어긋난 것이다.
서울 ㅅ고는 애초 학생 희망에 따라 교육과정을 인문·사회·공학·자연·생명·예체능으로 세분화할 계획이었으나 2005년 대학입시안 발표 이후 인문사회·자연·예체능만 두기로 했다. 서울대가 사회와 과학과목 등을 포함한 최소이수단위를 정한 데다 다른대학의 입시요강도 6차때와 큰 차이가 없이 대부분 국·영·수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입시안 발표 이후 학부모 회의 등을 거쳐 ‘7차가 권장하는 교육과정 세분화는 모든 과목을 다 공부해야 하는 입시에 유리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육과정을 예체능만 늘이기로 했다.
일부 학교는 과정을 세분했지만, 실제로는 과정간 차이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 서울 ㄷ고는 인문계를 인문과 사회과정으로 나눴으나 그 차이는 인문이 경제, 사회가 한문 과목을 선택한다는 것 밖에 없다. 학교 관계자는 “인문과 사회로 나눈 것은 경제와 한문 두 과목 수강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 학생 요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예체능계반 구성에도 서울대 입시안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 ㅂ고는 미술과정을 따로 설치할 계획이나 서울대 입시안 발표 이후 미술과정 40명 가운데 3명이 어문과정으로 빠져나갔다. 미술과정에서는 미술 관련 과목을 집중 공부할 수 있지만 서울대가 요구하는 사회·과학 등의 최소이수과정 수료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입시요강을 감안해 7차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인문계의 경우 △국어·영어·사회반 △국어·영어·수학·사회반 △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반 등으로 세분화하는 교과집중이수제를 도입할 계획이나 사실상 우열반 편성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안으로 원래 설계했던 과정과 학생선택과목 수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선학교의 교육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뒤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신문 10월 11일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