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 쓰기의 원리

여러분도 알다시피 단락이란 몇 개의 문장이 모여 하나의 작은 주제를 이루는 글의 단위야. 하나의 주제를 이룬다고 했으므로 하나의 단락에는 하나의 생각만을 담고 있어야 해. 외형상 단락은 새 행(行)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다음 새 행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부분이야. 글을 쓸 때에는 생각이나 화제가 바뀔 때는 이렇게 행을 바꾸어 쓰도록 유의해야 하는 거야.

한편의 글과 하나의 단락은 구성 원리나 전개 방법 등 여러 면에서 서로 닮은 점이 많단다. 그래서 흔히 글이 대세계(大世界)라면 단락은 소세계(小世界)라고 말하기도 하지. 하나의 작은 세계인 단락은 소주제문(화제문) 하나와 몇 개의 뒷받침 문장들로 이루어진단다. 소주제문이란 소주제를 드러내는 문장이며,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을 구체화하고 보충하는 문장들이야. 단락의 중심 생각을 글의 주제와 구분하여 소주제 또는 화제라고 부르고 이를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소주제문 도는 화제문이라고 부르는 것도 기억해야 해.

위에서 말했지만 단락을 이루는 원리는 한 편의 글을 이루는 원리와 비슷하단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통일성과 긴밀성, 그리고 완결성은 한편의 글을 구성하는 원리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겠지?

1. 통일성

만약 하나의 단락 속에 둘 이상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단락을 나누는 의미 자체가 없겠지? 그리고 그 단락을 읽어도 중심내용을 파악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거야. 그러니 하나의 단락에는 하나의 소주제만 있어야 하는 거지. 하나의 소주제만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모든 뒷받침 문장들이 또 그것을 향해 수렵되어야 해. 여기서 수렴된다는 말은 그러한 뒷받침 문장들이 소주제를 향해 집중성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야. 소주제와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내용이 끼어들면 통일성을 해치게 돼. 소주제문이 단락의 중심 생각을 나타내고 모든 뒷받침 문장이 소주제문의 주제에 연결되어 이를 구체화시킬 때 그 단락은 통일성이 있다고 해. 즉 통일성은 단락을 구성하는 모든 뒷받침문의 내용이 소주제문에 포함된 화제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게 짜여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다음 글을 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봐.

그의 공부방은 지저분하였다. 커튼은 때가 묻고 구겨져 있었으며 방에는 책이 널려 있었다. 벽에는 그림이라곤 한 장도 걸려 있지 않았다. 책장에는 저속한 주간지가 여러권 꽂혀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야구 장갑이 뒹굴고 있었다. 꽃병에는 꽃이 시들어 있었고 시계는 멈춰 있었다.

이 단락에서의 주제문은 '그의 공부방은 지저분하였다.'이다. 그런데 밑줄 친 부분들은 이 주제문문과 관계없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 단락이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공부방의 지저분함'을 구체화할 수 있는 내용을 더 추가하여야 한다. 다음 단락은 그러한 내용을 거쳐서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의 공부방은 지저분하였다. 커텐은 때가 묻고 구겨져 있었으며, 방바닥은 오랫동안 닦지 않아서 먼지가 덕지덕지 굳어 있었다. 그런 방바닥 여기저기에 책이며 휴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야구 장갑과 꽃병의 시든 꽃에서 떨어진 꽃잎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흩어져 있었다.

즉 한 단락 안에서 다루는 소주제는 단 하나이어야 하며, 뒷받침 문장들 하나하나가 소주제를 중심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사물의 상태가 적정한 도(道)를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우리말에서는 이러한 상태에 대해 과(過)하다고 한다. 곧 과도하다는 말이다. 과대, 과다, 과밀, 과중, 과적, 과열, 과속, 과분 등 의 말은 크기, 양, 밀도, 무게, 부피, 온도, 속도, 분수 등 정도를 재는 척도의 기분에 비추어 지나침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과한 상태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불안정하며, 따라서 문제 상황이 되고 피해를 가져온다. 과격하거나 과민한 행동은 저항을 불러오며, 누르는 힘이 과하면 굽혀지기보다 부러진다.

자, 이 단락의 잘못된 점은 소수제와 거리가 먼 문장들이 들어 있다는 점이야. 우선 소주제를 알아야 단락의 통일성을 해치는 문장이 어느 것인 줄 알 수 있겠지? 이 단락의 소주제문은 첫 번째 문장이란다. 나머지 모든 문장들은 첫 번째 문장을 첨가, 부연, 예시, 상술 등의 방법으로 뒷받침 해주는 문장들이지. 그렇다면 소주제문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문장은 어느 것일까? 끝문장이라구? 맞았어. 끝문장은 '행동'에 관한 예시 문장인데 반해 소주제문은 '상태'에 관한 진술로 되어 있으니까. 그러므로 끝문장은 빼야 통일성이 있는 단락이 되는 거야.

단락이나 글의 통일성은 제재 선정의 원리라고 할 수 있지. 제재들을 선정할 때 소주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것들을 선정하게 되면 바로 통일성을 해치게 되거든. 그러니까 수집한 글감들이 아무리 아깝더라도 주제 또는 소주제를 밀접하게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거지. 아낌없이 버리는 거야, 휴지통에. 그렇게 해야 좋은 논술을 쓸 수 있으니까.

2. 긴밀성(일관성)

단락을 이루는 여러 문장들은 앞뒤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겠지? 이처럼 문장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우리는 긴밀성(혹은 일관성)이라고 부른단다. 앞에서 단락의 구성 원리는 글 전체의 구성 원리라고도 했지? 그러니까 '긴밀성'은 단락 내부에서는 물론이지만 글 전체 즉 단락과 단락 사이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이지.

긴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논리적으로 제재를 잘 배열해야 한단다. 그러니까 긴밀성의 원칙은 제재 배열 순서와 관련이 깊은 셈이지. 사용할 제재의 순서를 잘못 배열할 때 긴밀성의 원칙이 깨어지거든, 접속어나 지시어와 같은 연결어를 사용하여 긴밀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지. 지시어나 접속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앞에 나온 말을 받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다음 글을 보고 이 점을 생각해 보자꾸나. 이 글을 매끄럽게 연결된 느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은 물리적으로 알 수 있는 물질덩어리이며, 인간만이 물질 외에 비물질적 실체를 가진 가치로운 존재다. 서양의 자연관은 한마디로 이원론이다. 20세기에 확립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 논리와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관찰 방법에 따라서 입자로도 관찰되고 파동으로도 관찰되는데 그 본성은 궁극적으로 이중적이다."라는 대답이다.

이 단락은 긴밀성을 갖지 못하여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되었어. 이 단락의 소주제문은 두 번째 문장인 "서양의 자연관은 이원론이다."로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앞 뒤 문장의 배열이 순서에 맞지 않아 우선 이해가 어렵고, 그 다음에 문장간에 적절한 연결어를 사용하지 않아 독해에 어려움을 주고 있구나. 이 단락을 좀더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배열하면 다음과 같이 될거야. 특히 밑줄 그은 부분을 유의해서 보도록 해. 어떤 부분은 순서를 바꾸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는 접속어를 넣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은 필요한 말을 보충해서 긴밀성을 높였어.

서양의 자연관은 한마디로 이원론이다. 자연은 물리적으로 알 수 있는 물질덩어리이며, 인간만이 물질 외에 비물질적 실체를 가진 가치로운 존재라는 사고 방식이다. 그러나 20세기에 확립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 논리와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관찰 방법에 따라서 입자로도 관찰되고 파동으로도 관찰되는데 그 본성은 궁극적으로 이중적이다." 라는 대답이 그것이다.

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배열한다든지, 문장과 문장들이 논리적 연속성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손수건은 무엇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할까. 그것은 손수건의 용도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수건의 용도는 반드시 손이나 땀을 씻는 것이 그 전부는 아니다. 길을 가다가 옷에 흙이나 먼지가 묻는다던가 음식을 먹은 다음, 혹은 화장을 고칠 때, 또는 작은 상처가 났을 때 손수건은 가장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손수건은 항상 몸에 지니게 된다. 조연현 -손수건의 사상-

이 글은 표의 여러 가지 쓰임새를 나타낸 것이다. 앞 문장과 뒷문장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있단다. 특히 지시 어구의 사용이 돋보인다. 글을 구성하는 각 단락과 단락이 서로 뗄 수 없이 유기적으로 맺어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문단을 구성하는 각 문장과 문장, 문장과 단어들은 논리상으로나 문장 접속상 긴밀한 결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완결성

여러분은 '구조(構造)'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아니?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조직체를 구조라고 한단다. 그럼 한 잔의 커피는 구조일까, 아닐까? 설탕과 물이 커피와 크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으니 당연히 구조지. 여기서 '유기적 결합'이란 구성 요소들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결합되었다는 뜻이야. 설탕, 물, 커피, 크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게 아니라면 그것들을 따로따로 먹고 한바탕 제자리 뛰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야. 왜냐하면 그렇게 해도 위 속에 한잔의 커피가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이니까. 그러나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제대로 맛을 내니까 아무도 따로따로 먹는 일은 없단다.

커피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단락이 하나의 구조란 걸 말하기 위해서야. 구조이기 때문에 단락을 이루는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모여 있지. 그러한 구성 요소 중 '문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하나의 단락은 원칙적으로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이 모여서 완전해진단다. 이처럼 단락의 구성이 '소주제문+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완결성'이라고 하는거야. 뒷받침 문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충분하지 못하면 그 단락은 완결성을 갖지 못하게 된단다.

인력 문제 해결에 있어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개혁이다. 즉 지나친 고학력화의 인문 교육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의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교 교육이 배출한 인력과 산업이 필요로하는 인력 사이의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학생이 단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고3까지 인문 교육을 받는 입시 위주 교육이 시정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 소주제문은 첫 번째 문장이며 나머지 문장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단다. 소주제문은 인력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교육 개혁'을 지적하였고 뒷받침 문장들은 그러한 교육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고 있잖니? 그러나 위에 제시한 뒷받침 문장만으로는 완성된 단락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다음과 같은 뒷받침 문장들을 뒤에 첨가한다면 훨씬 더 완결된 글이 될 거야.

입시 위주의 인문 교육만을 받다가 대학 진학에 실패한 경우, 산업 사회의 수요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찍부터 개성과 능력에 맞추어 개인 진로를 결정토록 유도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산업 사회가 필ㄹ요로 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아 할 것이다.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완결된 생각을 나타내야 한다. 따라서, 한 단락 속에 독자가 소주제에 관하여 알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말해야 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락도 반드시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단다.

나의 꿈은 농구 선수이다. 왜냐하면 만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현주협 형을 보면 대단히 멋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농구장에 열광적으로 몰려 다니는 '오빠 부대' 누나들의 함성 때문이다. 내가 드리블이나 슈팅을 할 때, 나를 응원하는 함성이 들린다면 참으로 신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남들보다 키가 큰 편이다. 그래서인지 농구할 때, 나는 공을 빼앗긴 일이 별로 없다.

이 글은 소주제문인 '나의 꿈은 농구 선수이다.'이다. 뒤에 있는 문장들은 주제를 뒷받침해 주는 문장들이다. '농구선수를 꿈꾸는 이유'를 '멋지고, 오빠 부대의 함성, 나의 큰 키'를 들고 있다. 소주제를 잘 보조해 주는 뒤받침 문장들이다.

소주제문은 일반적 진술의 형식을 취하고, 뒷받침 문장들은 구체적 진술로서 구체화나 상세화, 예시, 인용, 이유 제시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소주제문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요약하여 진술하며, 뒷받침 문장은 단락의 긴밀성을 살릴 수 있도록 알맞은 순서로 배열한다.

논술 연습

다음 단락은 통일성을 잃은 글이다. 단락이 통일성을 이루도록 바르게 하여 보자.

불의 사용은 인류 역사에서 커다란 진보의 하나이다.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은 인간 의지의 한 표현이기도 하다. 불로 음식을 익혀 먹게 됨으로써 소화가 쉽게 되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게 되었다. 불의 사용으로 난방과 조리가 가능해져 인간의 활동 지역과 시간이 확장되었다. 또한, 금속의 제련이 가능하게 되어 도구의 발달이라는 결정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불을 간수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단히 주요한 일이었다.

(1) 이 글의 소주제문은 무엇인가?

(2) 이 글에서 소주제문과 관계없는 내용의 글은?

(3) 이 글을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첫 낱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