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 쓰기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작문의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단다. 일반적으로 논술의 절차는 '내용 생성하기-내용 조작하기-표현하기-고쳐쓰기'의 단계를 거치게 되지. 물론 논술이 항상 이러한 단계를 밟으며 차례대로 이루어진다기보다 오히려 동시적이고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논제에 대해 중심 내용과 세부적인 내용을 생성해 내고 이를 구성의 원리에 따라 배열하는, '내용 조직하기' 단계야. 선생님은 앞으로 한정된 지면 중 상당 부분을 내용을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려고 해.

* 다양한 사고와 내용 생성하기 *

  여러분들은 논제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내용을 생각해야 할지 그냥 막막하고 아득한 느낌에 빠졌을 때는 없었니? 우선 뭔가 쓸거리가 생각나야 할 텐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상태 말이야. 그런데 왜 그런 경우가 생길까? 고교생에게 출제하는 논술 문제가 고교생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텐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그건 바로 자유 분방하고 다양한 사고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야. 일단 논제가 제시되면 그와 관계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는 거야. '양(量)은 질(質)을 결정하는 법'이라는 생각으로 가급적 많이, 그렇게 떠올린 생각들을 처음에는 가지런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어. 그냥 적당한 공백에 우선 적어 보는 거야.  이렇게 마구 적을 때는 '이 생각은 저 생각보다 못하다든지 에이, 이건 말도 안 돼.'와 같이 판단을 내리는 일은 하지 마. 그냥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는 거야. 일단 그렇게 적어 본 후 그 중에서 쓸만한 내용을 선정하면 되는 거니까. '좋은 아이디어는 많은 아이디어에서 생긴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어. 흔히 '논술'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논리적인 글이므로 자유 분방한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 그러나 그건 잘못이야. 논술에도 처음 아이디어를 생성할 때는 자유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필요가 있는 거야. 이렇게 떠올린 내용들은 옥석(玉石)이 뒤섞여 있으므로 나중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게 되지.

 * 내용 조직하기의 중요성 *

  써야 할 글의 내용이 떠오르고 그러한 내용 중에서 실제로 써야 할 내용을 선정하고 나면 이제 이것을 어떻게 배열하여 전개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겠지? 그런데 내용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는 서론과 결론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주로 본론의 내용과 관련된단다. 왜냐하면 서론과 결론은 거의 그 역할이 정해져 있으므로 써야 할 글의 내용도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야. 그러므로 내용 조직하기에서는, 본론을 구성하는 각 단락의 관계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가 가장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어. 앞으로 네가 논술 준비를 위해 가장 많이 연습을 해야 할 부분이 바로 본론의 전개 방법이야.

  여러분들은 흔히 문제 유형들을 주제 제시형, 비교 논술형, 논쟁 유도형, 반박·비판형, 요약하기형 등으로 나누는 것을 들은 적 있지?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본론 전개의 방법은 바로 그러한 문제 유형과 관련하여 그에 적합한 본론 전개의 방법을 체계화한 것이지. 선생님은 이러한 방법들을 편의상 '열거에 의한 전개, 인과에 의한 전개, 문제점-대책에 의한 전개, 비교에 의한 전개, 반박·비판에 의한 전개, 정-반-합에 의한 전개, 논평에 의한 전개, 요약-논평에 의한 전개'로 나누어 설명하마.

1. 열거에 의한 전개(열거형)

  이는 본론을 이루는 각 단락의 상호 관계가 대등한 지위를 갖게 하여 펼쳐나가는 형태를 말하는 거야. '첫째,………', '둘째,………', '셋째,………'와 같은 형식에 의해 전개해 나가는 경우가 그 전형적인 것이지. 많은 문제들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본론을 구성할 수 있어. 이 방법은 가지런한 형식으로 인해 쓰는 사람이 구성하기도 쉽고, 읽는 사람이 내용을 파악하기 쉬운 반면, 지나치게 단순한 구성으로 인해 차원 높은 사고를 드러내지 못하는 결점이 있단다. 여러분, 이런 점에서 선님은 본론 전부를 이 방법에 의해 구성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구나. 단순 나열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나열해야 할 경우에도 덜 중요한 것에서 더 중요한 것으로, 또는 범위가 좁은 것에서 보다 넓은 것으로 배열하는 방법, 즉 점층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좋단다.

  다음 문제를 보고 이 점을 생각해 보자.

[예제] <보기>의 속담들은 반상(班常)의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한 조선조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상의 구분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러한 속담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보기>에 제시된 속담 중 하나를 골라 이를 중심으로 속담의 생명력이 이처럼 강인한 이유에 관해 논술하라.

  <보기>
 1) 서당 개 3년에 풍월한다.
 2)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3) 암행어사 행차에 삼현육각(三絃六角) 잡힌다.
 4) 양반은 죽어도 겻불을 안 쬔다.

 자, 먼저 문제를 다시 한 번 분석해 봐. 속담의 생명력이 강인한 이유에 관해 논술하라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 이유를 말하는 것이 답안의 핵심적인 내용이 될 텐데 이를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다음과 같이 답안을 두 개의 단락으로 설계한다면 이는 바로 '열거에 의한 전개'가 되는 거야.

논제 : 속담의 생명력이 강인한 이유
<본론의 설계>
1) 속담은 풍자성과 중의성이 강하여 해석의 폭이 넓다.
2) 속담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계층은 일반 민중들이다.  

 1) 속담은 풍자성과 중의성이 강하여 해석의 폭이 넓다. 2)속담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계층은 일반 민중들이다'는 본론을 이루는 각 단락의 소주제문이 되겠지? 이러한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문장들은 그 다음에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데 그러한 뒷받침의 방법으로 상세화, 이유 제시, 비교·분류·분석·예시……등이 사용되는 거지. 내 말 알아듣겠니? 그런데 여기서는 하나의 단락을 이루는 방법에 관한 설명보다는 본론 전체를 전개하는 방법에 관심을 집중하기로 하자꾸나. 위에서 설계한 본론을 실제로 글로 써 보면 다음과 같이 될거야. 두 개의 단락이 대등한 관계로 열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

속담이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은 그 속담의 의미가 가진 풍자성이나 중의성과 관련이 깊다. '양반은 죽어도 겻불을 안 쬔다'는 속담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비록 양반이나 상민의 계층적 개념은 사라졌을지라도 현대에도 '양반-상민'과 대응할 만한 유사 개념이 존재한다. 체면과 위신만을 내세우는 지식인들은 바로 새로운 '양반'들이기 때문이다.
  속담의 창작과 그 향유 계층이 일반 민중이라는 점도 속담의 생명력을 길게 하는 요인이다. 누구나가 체험하거나 체험할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파되고 전승되는 것이다. 만약 속담이 몇몇 사람들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코 그 생명력은 오래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소박한 소재, 단순한 표현, 풍자적인 내용으로 서민의 체취를 담뿍 담고 있기에 속담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2. 인과에 의한 전개(인과형)

  이 유형은 어떤 결과의 원인을 분석한다든지 또는 어떤 원인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 것과 같이 '원인-결과'의 관계로 본론의 내용을 전개하는 방법이야. 원인-결론으로 배열하든 결론-원인으로 배열하든 그 순서는 상관이 없어. 그래서 상당히 많은 논술 문제들이 이러한 형태로 답안을 전개할 것을 요구한단다. 물론 그러한 요구를 물음에서 명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분석해 보면 이러한 유형의 전개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앞의 '속담이 생명력이 이처럼 강인한 이유에 관해 논술하라'는 문제는 인과형으로도 전개할 수 있단다. 이 문제를 앞에서처럼 두 개의 단락으로 구성하여 이를 서로 대등한 자위로 나열하는 것은 너무 단조로운 느낌을 주므로 차라리 다음과 같이 인과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나을 거야. 단순 열거에 의한 전개보다는 좀더 고차원적인 사고 작용을 요한다고 볼 수 있거든.

논제 : 속담의 생명력이 강인한 이유
<본론의 설계>
1) 속담이 가진 특징-풍자성과 중의성이 강함. 보통 사람들에 의해 창작되어 공감대를 형성해 옴
2) 속담이 가진 풍자성과 중의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상황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음
3) 속담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계층이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임

  이렇게 구성하면 이는 단순 열거형이 아니라 인과적인 구성이 되는 거야. 이처럼 동일한 문제라 해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지. 그러므로 글의 설계 단계에서 어떻게 본론을 전개할지를 결정해야 해. 위에서 설계한 본론을 실제로 써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거야.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서론과 결론까지 모두 제시해 보았어. 본론을 이루는 세 개의 단락 중 첫 번째 단락은 원인, 두 번째 세 번째 단락은 결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속담은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그 성원이 일상 생활을 통해 겪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소산이다. 그러므로 속담에는 생성 당대의 사회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도 속담은 그 생명력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속담의 끈질긴 생명력은 속담이 가진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속담은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사회 성원의 경험의 집약적 표현으로서 드러난 말을 통하여 숨은 의미를 표현코자 하므로 청자로 하여금 내용의 해독이 필요한 말이다. 즉 속담은 날카로운 풍자성을 지닌다. 그리고 속담은 창작 계층이 몇몇 상층 지배 계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보통 사람들'에 의하여 창작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왔다는 것이 속담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속담이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속담이 가진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깊다. '양반은 죽어도 겻불을 안 쬔다'는 속담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비록 양반이나 상민의 계층적 개념은 사라졌을지라도 현대에도 양반-상민과의 대응할 만한 유사 개념이 존재한다. 체면과 위신만을 내세우는 지식인들은 바로 새로운 '양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속담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것이다. 속담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 속담의 의미가 가진 풍자성이나 중의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속담의 창작과 그 향유 계층이 일반 민중이라는 점도 속담의 생명력을 길게 하는 요인이다.  누구나가 체험하거나 체험할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파되고 전승되는 것이다. 만약 속담이 몇몇 사람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코 그 생명력은 오래갈 수가 없을 것이다. 소박한 소재, 단순한 표현, 풍자적인 내용으로 서민의 체취를 담뿍 담고 있기에 속담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 몇마디의 짧은 말이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 오히려 당연하다. 사회의 삶은 계속 존재하고 이러한 삶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속담에 담긴 압축된 경험과 교훈, 풍자적 의미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3. 논평(설명)에 의한 전개(논평형)

  이는 제시된 논제에 대해 본론에서 구체적인 비평이나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유형이야. 대개 이처럼 비평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답안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그 대체적인 방향이 문제 자체에 암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단다. 그러므로 이런 유형의 문제는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논제를 잘 분석함으로서 본론을 설계해 나가도록 해야 해. 본론을 설계해 나가는 데는 항상 논제에 대한 충분한 탐구·분석이 있어야 하지만 논평형의 경우는 특히 이러한 작업이 중요성을 띠고 있어.

  다음은 '인식론'과 관련하여 흔히 인용되는 문제인데, 수험생의 의견 제시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논평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예제]  유럽인은 얼룩말이란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쳐진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해, 아프리카인들은 검은 바탕에 흰줄이라고 믿는다. 동일한 대상을 두고 이와 같이 유럽인과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까닭에 대해 논술하라

  자, 그럼 이 문제에 대한 본론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을 거야. 비교에 의한 본론 전개와 매우 닮았지? 그러나 논평에 의한 전개 자체가 비교에 의한 본론 전개와 같은 건 아니야. 논평에 의한 전개는 그 문제의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설계해 나가므로 논평에 의한 전개이면서 동시에 비교에 의한 전개가 될 수도 있는 거지.

 1. 유럽인들이 얼룩말을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쳐진 것으로 인식하는 이유- 자신들의 몸빛의 희기 때문
 2. 아프리카인들이 얼룩말이 검은 바탕이 흰 줄이 쳐진 것으로 이식하는 이유- 자신들의 몸빛이 검기 때문
 3. 유럽인과 아프리카인들의 인식상의 특성 비교 및 결론
 1)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 인식 주체가 속한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함
 2) 동일한 시각도 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름)에 따라 정반대의 인식을 낳을 수 있음
 3)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것이라든가 검은 바탕에 흰줄이 있다는 견해는 흑백론으로 볼 수 있으며 얼룩말은 그 자체가 흰빛과 검은빛의 뒤섞인 것으로 볼 수 있음

 이렇게 설계된 내용에 따라 본론을 써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거야.

  백인들은 얼룩말은 기본적으로 흰말로 보는데 반해 흑인들은 검은 말로 본다. 유럽인들이 얼룩말을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쳐진 것으로 보는 것은 그들의 몸 빛깔이 흰빛이기 때문에 검은빛과 흰빛이 뒤섞여 있는 얼룩말을 판단할 때도 흰빛을 기본 색으로 인식한 것이며 흑인도 동일한 논리에서 검은빛을 기본 색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 대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속한 문화적 배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인들로 구성된 유럽 문화권에서는 검은빛과 흰빛이 비슷한 정도로 뒤섞인 경우 흰빛을 바탕색으로 인식하고 흑인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문화권에선 역시 검은빛과 흰빛이 비슷한 정도로 뒤섞인 경우에는 검은빛을 바탕색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같은 시각(視覺)도 뇌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인식을 낳을 수 있으며, 이처럼 두뇌가 인식하는 유형은 그 사람이 속한 문화적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얼룩말을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것으로 본다든가 또는 검은 바탕에 흰줄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는 흑백론으로 볼 수 있으며 얼룩말은 그 자체가 흰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것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4. '문제점-대책'에 의한 전개(대책 제시형)

  이것은 특정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을 제시하라는 식의 유형을 말하는 거야.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책을 제시하라는 요구는 고교생들에게 너무 과중한 부담을 주므로 이러한 형태의 문제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주제로 이행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긴 해.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형태의 문제가 비교적 자주 출제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순 없잖아? 예를 들어 다음 논제는 전형적인 대책 제시를 요구하는 문제인데 주제가 다소 포괄적이고 학생 수준을 벗어난 감이 있으나 아직도 이런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 형편이니 함께 이 문제의 본론을 설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예제] 과학교육은 과학을 통하여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공함과 동시에 과학으로부터 사회경제적 기술 혁신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문화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한 국가가 잘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 과학이 튼튼해야 하고, 내실 있는 과학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과학 입국을 위한 우리의 미래는 다음 도표에서 보듯 그렇게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표를 참고로 하여 우리 과학 교육의 문제점을 여러분 나름대로 진단해 보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논술하시오.

  이 문제의 본론은 물음에서 요구하는 대로 설계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구성하면 될 거야.

1) 과학 교육의 문제점
2) 과학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이렇게 두 단락으로 구성할 수도 있으니 2)를 다시 두 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1) 과학 교육의 문제점
2) 문제점을 초래한 원인 분석
3) 그러한 원인으로부터 도출된 대책

  의 세 단락으로 만들 수도 있어.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 유형의 본론 구성은 '문제점-대책', '문제점-원인-대책'의 형식으로 전개하면 돼. 참고로 위의 자료에 대한 분석과 이로부터 이끌어낸 대책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어. 먼저 제시된 자료에 대한 해석을 해야지. 자료에 대한 해석은 결국 문제점을 분석해 보는 과정이야.

<문제점>
1) 상급학교로 갈수록 과학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 각급 학교의 과학 실험 시설이 매우 빈약하다.
3) 시험 중심의 과학 수업이 실험 실습을 방해하고 있다.

  여기서 1), 2)는 제시된 자료로부터 도출한 문제점이며, 3)은 체험으로부터 도출한 문제점으로 볼 수 있어. 이제 이러한 자료 해석에서 더 나아가 왜 그런 문제점을 초래했는지 원인을 분석할 단계야. 문제점에 대한 대책은 그러한 문제점을 초래한 원인 파악을 전제로 가능하기 때문이지. 대략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그 원인으로 열거할 수 있을 거야.

 <원인>
1. 우선 실험을 하려면 수업 시간수가 부족해서 진도를 맞추는데 지장을 준다. 또한 입시가 암기 위주로 되어 있어서 실험을 하면 오히려 진학에 불리하게 되는 형편이다.
2. 충분한 시설과 기자재가 확보된다고 하여도 과학 교육이 잘 된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의 경우 과학 교육을 위한 하부 구조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3. 생산되는 실험 실습 기자재의 품질이 매우 열악하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과학 기술 기초 자비와 실험 실습 기자재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원인이 파악되면 그로부터 다음과 같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대책>
1. 실험 실습 기자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개발 체제가 요구된다.
2. 정부는 국가 수준의 품질 관리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3. 실험 실습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로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대책 제시형의 본론 설계는 일반적으로 '문제점 파악-원인 분석-대책 제시'의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단다. 사실은 이것도 인과 분석을 한다는 점에서 앞에서 말한 '인과에 의한 전개'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 하지만 이건 '문제점 진단-원인 파악-해결 방안'이라는 일반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별도로 설명하는 거지. 자, 지금까지의 말한 본론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다시 제시해 보자.

1. 문제점
 1) 상급학교로 갈수록 흥미가 급격히 저하됨
 2) 각급 학교의 과학 실험 시설이 매우 빈약함
 3) 시험 중심의 과학 수업이 실험실습을 방해함

2. 원인
 1) 수업 시간 수 부족과 입시 위주의 공부로 인한 실험의 경시
 2) 과학 교육을 위한 하부구조가 매우 취약함
 3) 과학 기술 기초 장비 부족과 실험 실습 기자재의 품질 열악

3. 대책
 1) 실험 실습 기자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개발
 2) 국가 수준의 품질 관리 체제의 확보
 3) 실험 실습의 전문 인력 확보와 실험 실습 위주의 수업 전개

   자, 개요가 간결하면서도 멋있게 만들어졌잖아? 이렇게 '문제점-원인-대책'의 형태로 구성해도 되지만 다음과 같이 원인과 대책을 하나로 엮어서 논술해도 괜찮아. 어쨌든 내용 조직 단계에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질이 달라지는 거야. 설계의 중요성, 특히 본론 설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아.

 1. 문제점
 1) 상급학교로 갈수록 흥미가 급격히 저하됨
 2) 각급 학교의 과학 실험 시설이 매우 빈약함
 3) 시험 중심의 과학 수업이 실험실습을 방해함

2. 대책
 1) 실험 실습 위주의 수업을 전개하여 입시 위주의 공부로 인한 실험의 경시를 바로 잡아야 함
 2) 전문 인력과 품질 관리 체제의 확보로 과학 교육을 위한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함
 3) 전문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부족한 장비와 열악한 품질을 확충·개선해야 함

5. 비교에 의한 전개(비교형)

    하루를 지내면서 얼마나 많은 비교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니?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도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하고 비교해 보고, 버스를 타기로 마음 먹어도 좌석을 탈까, 입석을 탈까 아니면 먼저 오는 대로 탈까 하고 망설이며 비교를 하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오로지 비교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본론을 전개하는 방법에도 둘 이상의 비교 대상에 관해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비교하여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이 있단다. 이러한 비교에 의한 본론 전개는 비교되는 두 대상이 각각 하나의 부분을 차지하게 하는 경우와 비교 항목(기준)을 통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두 대상을 비교해 가는 경우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어.

 예를 들어 다음 문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논술해 보자. 

[예제] 과학자와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술하라.

 1) 비교되는 두 대상('작가'와 '과학자')이 각각 하나의 부분의 차지하는 경우

 (1) 작가의 특징
   ① 상상적 허구 속에서 감정의 유희를 즐긴다.
   ② 문학을 통해 인생을 보는 냉철한 눈을 뜨게 한다.
   ③ 작가가 밝히고자 하는 대상은 인간의 삶의 드라마이다.

 (2) 과학자의 특징
   ① 객관적 진리의 발견을 위해 봉사한다.
   ② 과학적 사실을 밝히기 위해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③ 자연 과학자가 밝히고자 하는 대상은 물리 현상이다.

 (3) 작가와 과학자의 비교
   ① 공통점
  작가의 작업에도 과학자 못지 않은 지적인 계산과 전략을 필요로 한다.
  무엇인가를 밝히며 알려고 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② 차이점
 과학자의 명제는 단정적 입장을 취하는 반면 작가의 명제는 제안적 성격을 가진다.
 과학자는 물리 현상을 밝히려는 데 반해 작가는 인간의 삶을 밝히려 한다.

 2) 비교 항목을 통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두 대상을 비교해 가는 경우

 (1) 비교 기준에 의한 비교
   ① 상상력의 유무-작가나 과학자는 모두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②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태도-작가는 제안적 입장을 취하지만 과학자는 단정적 태도를 취한다.
   ③ 탐구 대상-작가는 삶의 진실된 의미를 탐구하지만 자연 과학자는 외부의 물리 현상을 그 대상으로 한다.

  (2) 비교 결과의 종합
   ① 작가나 과학자는 탐구 대상이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태도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② 작가나 과학자는 모두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럼 이 두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단다. 만약 비교 기준을 설정하기 쉽다면 두 번째 방법을 쓰면 되겠지만 어떤 문제는 비교 기준을 마련 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러니 문제의 성격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때그때 설계하면 된다고 기억해둬.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 비교되는 두 대상('작가'와 '과학자')이 각각 하나의 부분의 차지하는 경우에는 그 대상에 대한 설명을 각각 하나의 단락으로 삼은 후 그 다음에 이를 비교 분석하는 단락이 오게 하면 되는 거야. 비교 항목을 통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두 대상을 비교해 가는 경우에는 비교 기준에 따라 차례대로 둘을 비교한 후 그 결과를 종합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이때는 비교 기준을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해.

  그런데, '비교에 의한 전개'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전개하는 방법은 문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단다. 단순히 두 비교 대상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데 머무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 이러한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해. 제1회 논술 경시대회 문제 '(가)와 (나)는 [홍길동]과 [흥부]가 각각 지니고 있는 삶의 지향을 말한 것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 중 어떤 삶의 지향을 각각 비교해 본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의 삶의 지향이 더 옳은지에 고나해 논술하라는 거야. 현실적으로는 단순한 비교 논술보다는 이처럼 수험생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문제가 더 많이 출제될 거야. 단순한 자료 분석과 설명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수험생의 의사까지도 물음으로서 훨씬 더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 자, 그럼 여러분에게 이런 문제를 하나 제시해 볼 테니까 본론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고민해 봐.

 [문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그 병명을 알려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병의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에게 그 병명을 솔직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 견해가 엇갈린다. 이 두 견해 중 어떤 쪽이 더 옳은지에 관해 논술하라.

  이는 의료 윤리적인 측면에서 지금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야. 두 주장 모두 그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쪽이 더 옳다고 주장하든 그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 다만 중요한 것은 어느 쪽 주장을 택하든 두 견해를 잘 비교한 후 이를 바탕으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점이야.

  이제 본론을 설계해 보자.

1. 두 주장의 분석
 1) 병명을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 :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등 정신적 쇼크를 받을 가능성이 큼
 2) 병명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 : 신변 정리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함
2. 비교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입장 표명
 1) 병명을 알려주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정신적 쇼크를 받을 수도 있으나 대체로 그러한 충격은  짧은 기간 내에 회복하게 됨
 2) 신변 정리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하며 남은 생을 환자 자신의 뜻에 따라 살게 하는 것이 옳음

이러한 개요에 따라 본론을 써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될 거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사는 죽음을 앞둔 시한부 환자에게 병명을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호자가 환자에게 위중한 상태임을 아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환자 자신이 위중한 병에 걸린 사실을 알면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등 정신적 쇼크를 받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병명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이는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환자에게 신변 정리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 논거로 삼고 있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병명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명을 알리는 경우 일시적으로 환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겠지만 대부분 그러한 정신적 충격은 오래지 않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병명을 알고 치료받는 환자에게서 치료율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또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남은 생을 자신의 뜻에 따라 살 권리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 환자나 그 가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6. 반박(비판)에 의한 전개(반박형)

  논술 문제 중에는 싸움 붙이는 형태의 논제가 적지 않단다. 출제자가 은근히 싸움을 붙이는 문제 말이야. '∼에 대해 찬성, 반대 또는 중립의 어느 한쪽에 서서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라'와 같은 유형의 문제가 그런 것들이지. 흔히 논쟁 유도형이라고 부르는 이런 유형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찬성측, 반대측, 중립측의 주장과 그 논거를 잘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정해야 할거야. 그런데 선생님이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유형의 문제를 푸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그 해결 과정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본론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 가란 점을 잊지마.

  논쟁유도형 문제는 대개 대립된 두 주장 중 어느 한쪽에 설 것을 요구하므로 자신의 입장 및 그러한 입장을 정하게 된 배경을 말하는 부분과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고 상대방의 주장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부분의 둘로 본론을 구성하면 될 거야. 이 경우는 대개 비교에 의한 본론 전개와 거의 비슷한 전개 양상을 띠게 되지. 상반된 두 주장 중 어느 한 쪽을 택하는 과정은 결국 두 주장을 상호 비교함으로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야. 다만 비교에 의한 전개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비판하는 성격이 좀더 강하다고 할 수 있어. 다음 문제를 보며 이 점을 생각해 보자꾸나.

 [예제] 과학적 발견(발명)은 우연이라고 보는 입장과 필연이라고 보는 입장의 상반된 두 주장이 있다. 이 중 어느 한쪽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쓰라.

  자, 이 문제의 본론을 전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적 발견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에서 논하기로 하자.(물론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연적이라고 할 때의 논거와 필연적이라고 할 때의 논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본론을 구성할 수 있을 거야.

1) 우연이라고 보는 입장과 필연적이라고 보는 입장의 논거 비교
2) 자신의 입장 선택 및 이의 강화와 상대방 주장의 비판

  구체적으로 내용을 조직해 볼까. 다음 개요에서 1)과 2)는 우연이라고 보는 입장과 필연이라고 보는 입장의 논거를 분석해 본 것이고, 3)은 이의 비교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선택한 후 이를 강화하기 위해 상대방 주장의 논거를 비판한 거야.

1. 과학적 발견은 우연이라는 입장

 1) 역사적으로 보아 과학적 발견은 우연한 사건으로 이루어진 예가 많았음
 2) 과학적 발견의 공적이 그 최초 발견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이를 뒷받침함

2. 과학적 발견은 필연이라는 입장
 1) 과학적 발견은 축적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짐

3. 과학적 발견의 필연성 : 입장 선택 및 상대방 입장에 대한 반박
 1) 단기적 안목으로는 우연적 요소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역사적 필연성을 인정해야 함.
 2) 과학적 발견은 동시적 발견이 많은 뿐만 아니라 선인들에 의해 축적된 관련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공이 그 최초 발견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부당함.

  이를 바탕으로 본론을 써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될 거야.

과학적 발견은 우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보아 과학적 발견은 우연한 사건으로 이루어진 예가 많았다는 것과 과학적 발견의 공적이 그 최초 발견자에게만 돌아가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반해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학적 발견은 그러한 발견을 가능케 하는 축적된 실험과 데이터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적 발견은 단기적 안목으로 보면 우연적 요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러한 발견도 관련 지식의 축적 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필연성을 인정하려는 것이 옳다고 본다. 꼭 이러이러한 기술은 개발해야겠다는 어느 개인의 열심히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런 열심도 커다란 자연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열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 발견에는 동시적 발견이 많다는 것은 발견의 필연성을 뒷받침해 줄뿐만 아니라 그 최초 발견자에게만 발견을 공을 돌리는 것이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박에 의해 본론을 전개하는 문제 중에는 논쟁유도형 문제 외에도 어떤 견해(주장 또는 주장+논거)를 제시해 주고 이를 비판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지. 이를 흔히 반박·비판형 문제라고 하는데 이것이 논쟁 유도형 문제와 다른 점은 논쟁 유도형은 어느 쪽 입장을 택하든지 그러한 선택이 수험생에게 맡겨진데 반해. 반박·비판형은 그러한 관점이 아예 비판하라는 쪽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지. 하지만 본론을 설계하는 데는 논쟁 유도형 문제나 반박·비판형 문제나 별 차이가 없단다. 다만 논쟁 유도형이 제시된 입장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면, 반박·비판형은 곧장 제시된 주장이나 논거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거나 이를 약화시키는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그러나 반박·비판형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상대방 주장의 약점만을 공격해서는 곤란하고 그 주장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도 배려하는 아량이 필요해. 왜 그럴까?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무조건 반박만하고 비판만 하는 사람을 볼 때 여러분은 그 사람의 말에 공감이 가는가? 오히려 상대방의 긍정적인 점도 인정해 주면서 잘못된 점을 비판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비판을 받아들이게 되잖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가 건전한 비판이란 거 잊지 마.

   자, 시사적인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예제] 청소년 비행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시는 올 여름 방학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키로 했다고 한다. 청소년 범죄, 마약, 그리고 폭력 근절책으로 마련된 이 법에 의하면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방학과 주말에 12시, 학기 중에는 11시를 넘어 거리를 나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10대 청소년에 대한 이러한 야간 통행 금지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보편적이라고 한다. 애틀랜타, 보스턴, 로스엔젤레스 등 2백 개 이상의 도시들이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청소년 대책의 하나로서 우리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쓰라.

   이 문제에 대해 본론을 설계해 보자. 일단 이 문제는 비판 대상이 되는 주장과 그 논거를 먼저 살펴 본 후 그 논거들이 가진 허구성을 비판하면 될 거야.

1) 청소년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자는 주장의 논거
 (1)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2) 미국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2) 청소년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자는 주장의 비판
 (1)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면은 다소 있겠지만 심리적 압박감을 줄 것이다.
 (2) 미국에서 효과를 거둔다고 하여 우리도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3)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본론은 대략 이와 같이 두 개의 큰 부분으로 짜면 될거야. 물론 이처럼 논거를 열거한 후 그에 대해 비판을 하는 식으로 전개하지 않고 논거 하나를 들추고 이를 비판하고 또 다음 논거를 들추고 이를 비판하는 식으로 전개할 수도 있겠지. 위의 개요에서 2)의 (1), (2)는 1)의 (1), (2)를 비판한 것이고 (3)은 청소년 야간 통행 금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필자가 끌어들인 새로운 논거란다. 자, 이제 개요를 바탕으로 본론을 써 보자. 설계만 잘 되었다면 실제 글을 쓰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살을 붙여 가면 되거든.  

 청소년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자는 주장은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과 이 제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그 논거로 든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제도가 줄 수 있는 심리적 압박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또 미국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여 우리도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과 우리는 사회 문화적 배경면에서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 통행 금지 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제도를 꼭 시행해야 한다면 먼저 법적인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7. 요약-논평에 의한 전개(요약·논평형)

  이는 본론의 구성을 요약한 부분과 요약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의견 진술의 두 부분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말한단다. 문제 중에는 일정한 지문을 바탕으로 그 지문의 중심 내용을 요약하게 한다음 그 요약한 내용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있어. 요약의 대상이 되는 내용은 반드시 지문의 중심 내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야. 그 지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다른 내용일수도 있는 거지. 서울대 국어 연구소에서 주관한 논술 경시 대회 문제를 예로 들어 볼게. "다음 글에서 소크라테스가 생각하고 있는 「법의 정신」을 요약하고, 그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부분의 둘로 이루어지겠지? 본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이처럼 문제의 지시문을 잘 읽어보면 거의 알 수 있단다.

  자, 그럼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예제] 다음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일부이다. 이 글에 나타난 화자의 운명관(運命觀)을 요약하고 이에 관해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쓰시오.

  인간 세상의 일이란 운명과 신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사려 분별로써도 그것을 변경할 수 없으며 또 개선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해 왔고, 또 지금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까닭에 어떤 일에 대하여 굳이 애 쓸 필요가 없으며, 모든 일은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맡겨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모든 인간의 예기(豫期)에 어긋나는 세태의 커다란 변화를 보았고, 또 매일처럼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견해는 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나도 종종 이 문제를 생각할 경우 부분적으로 이 견해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의 자유 의지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운명은 인간 행위의 절반만을 주재(主宰)할 뿐이고 나머지 절반이나 혹은 그것보다 더 작은 부분은 인간에게 남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운명의 여신을 거친 격류(激流)에 비유하고자 한다. 이 격류는 노하면 들판을 범람시켜 나무와 집들을 쓸어 가고 이쪽 제방의 흙을 날라다 다른 쪽 제방으로 옮겨다 놓는다. 모든 사람은 이 격류에 대항하지도 못하고 그 격노 앞에서 도망치거나 무릎을 꿇고 만다. 이것이 격류의 본성이기는 하나 사람들은 일기가 평온할 때에 둑과 방파제를 쌓음으로서 다시 홍수가 나더라도 인공운하에 의해 위험을 넘기거나 최소한 억제시킬 수 없는 파괴적인 물결의 방향을 돌릴 수는 있다. 운명도 이와 같아서 운명에 대항할 조직적인 힘이 없는 곳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이를 극복할 제반 대책이 없는 곳에서 더욱 위세를 펼친다.

  이 문제는 요약과 논술을 결합한 유형에 속한단다. 요약은 지문에 대한 독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 결국 이 문제는 수험생의 독해력과 함께 글의 내용을 종합하는 힘,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능력, 또 이렇게 정리된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까지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지.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문의 내용을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그 중심내용을 파악하는 일 아니겠니? 지문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을 거야.

<지문 분석>

1. 인간의 일은 운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견해와 이에 대한 문제 제기
 1) 이러한 견해를 따르면 모든 일은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됨
 2) 인간의 자유 의지가 있는 한 운명이 인간 행위의 모든 부분을 차지할 수는 없는 것임
2. 운명의 여신의 속성과 인간의 의지
 1) 운명의 여신은 격류와 같음
  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격류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게 됨
  ② 격류가 흐르지 않을 때 둑을 쌓아 격류에 대비할 수 있음
 2) 인간의 의지의 중요성 : 운명에 대한 조직적인 힘이 있으면 운명을 극복할 수 있음

  지문의 내용은 이제 파악되었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화자의 운명관을 요약하는 일이겠구나. 분석된 지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봐. 화자의 중심 생각이 바로 그의 운명관이기도 해. 세상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인간의 일은 운명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서 모든 일은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내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지. 하지만 화자의 생각은 이와 반대야. 인간의 일은 상당 부분 운명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있지만 개인의 자유 의지가 남아 있다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거든. 화자의 운명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어.

 <화자의 운명관 요약>

  ·운명의 여신은 격류와 같아서 엄청난 힘으로 사람을 굴복시킴.
  ·조직적인 힘(자유 의지)으로 맞선다면 운명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음.

  이렇게 요약해 놓고 보니 화자의 운명관이 선명하게 부각되잖니? 여러분의 운명관은 뭐니? 매사가 운명(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만약 매사가 신에 의해 미리 정해져 인생은 다만 그 길을 따라 갈 뿐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논술 공부를 위해 아둥바둥거릴 필요도 없을거야. 이미 여러분이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잖아? 사람의 힘이 거대한 운명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앞날을 개척해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봐야겠지.

  이제 화자의 운명관을 파악했으니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선생님 생각으로는 운명을 대하는 화자의 생각은 매우 건전한 것 같군.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함으로서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여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니까 말이야. 문제에서는 지지하거나 비판하라고 했지만 도저히 비판할 만한 부분은 찾기 어려운 것 같아. 그렇다면 화자의 운명관을 지지하기로 하고 그 개요를 만들어 보자.

<화자의 운명관에 대한 논평>

  ·인생이 운명에 의해 정해져 있다면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임
  ·현실적으로 운명의 힘이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임
  ·그러나 참된 삶의 의미는 인간의 굳센 의지로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데서 발견할 수 있음
  ·이런 점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소중하게 여기는 화자의 운명관은 매우 건전한 것으로 볼 수 있음

 자,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론 부분만 써 보자. 다음에서 보듯이 이 문제에 대한 본론은 화자의 내용을 요약한 부분과 이에 대해 필자가 논평한 부분의 둘로 구성되었단다.

 화자의 운명관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간의 일이 운명에 의해 결정되므로 모든 일은 운명에 내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일이 운명이 가진 엄청난 힘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일이 운명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운명에 대해 조직적인 힘으로 맞선다면 그러한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인간의 자유 의지가 있는 한 운명이 인간의 모든 부분을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인간사가 운명에 의해 결정되기만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없을 것이다. 오직 운명에 의해 정해진 길을 걸어갈 따름이라면 그러한 인생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볼 때 운명을 대하는 화자의 생각은 매우 건전한 철학적 바탕 위에 서 있다. 화자는 운명의 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운명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어떤 역경에 처하더라도 그 사람이 굳센 의지력으로 이를 돌파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런 점으로 보아 화자가 운명의 힘도 인정하면서 그보다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시한 것은 삶의 현실적인 측면과 인생의 가치를 잘 간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8. '정-반-합'에 의한 전개(正·反·合의 형)

  갑자기 웬 철학 용어냐구? 사실 이 방법이 엄밀한 의미에서 변증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호 대립된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을 붙여 본 거야. 대립되는 두 의견을 검토한 후 이를 절충한 제3의 입장을 자신의 의견으로 제출하는 방법 말이야. 철학에서는 이러한 절충·조화를 지양(止揚)이라고 부른다지? 그러나 여기서는 이름만 그렇게 붙였을 뿐이지 무슨 철학 이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니 조금도 겁먹을 필요가 없어.

 '정-반-합'에 의해 본론을 전개해야 하는 문제들은 사실 적지 않단다. '찬성, 반대, 중립 도는 제 삼의 견해 중 어느 한쪽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논하라'고 했다면, 중립 또는 제삼의 경우에 서서 찬성과 반대측 견해를 살펴본 후 이를 종합하는 입장을 자신의 의견으로 삼는다면 바로 이 방법에 의해 본론을 전개하는 셈이지. 앞에서 살펴보는 두 견해가 반드시 대립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상반된 성격을 띄게 마련이야. 자신의 입장을 전개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제1의 의견을 검토하면서 이의 장점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어 제2의 의견을 논하면서 이 또한 장점과 함께 부족한 점이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두 의견을 종합 절충한 제3의 의견이 가장 빼어난 것임을 주장하는 거야. 다음 문제를 보면서 이 점을 생각해 보자.

 [예제] 세계적인 문화 유적지로 일컬어지는 천년 고도의 고속 전철 통과가 타당한가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첨단 과학 문명인 고속 전철이 문화 유적지를 통과함으로써 문화재의 훼손을 가져오리라는 것이 그 반대 이유이다. 이에 관해 여러분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쓰라.

  이 문제는 찬성, 반대, 중립, 제삼의 견해 등 입장의 선택은 자유롭게 열려 있는 논쟁 유도형 문제에 속해.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중립 또는 제삼의 견해를 채택하는 경우에 정-반-합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거야. 자, 이제 본론을 설계해 보자구. 이 문제는 결국 '개발이냐 보존이냐'하는 문제로 귀결되는군. 그런데 왜 사람들이 '개발' 아니면 '보존'이라는 양자택일적 선택만을 하고 있는지 이상하지 않니? 잘 생각했어. 바로 그거야. 양쪽 주장을 조화한  절충론. 그것도 온전한 하나의 견해거든. 그러면 다음과 같이 본론을 설계해 보자.

 1) 지역 개발의 중요성(찬)
 (1) 문화 유적지라는 이유만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주민에게 피해를 줌
 (2) 문화 관광의 개발을 위해 오히려 교통을 편리하게 해야 함
2) 문화 유적지의 중요성(반)
 (1) 역사 유산인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복원할 수 없음
 (2) 잘 개발된 현대식 도시는 오히려 역사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됨
3) 조화로운 해결책의 모색-도시 외각에 새로운 역사를 건설함(합)
 (1) 도시의 외각에 건설함으로서 문화 유적지의 훼손을 보호함
 (2) 문화 유적지로 접근하는데 필요한 교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

  본론을 이렇게 설계했다면 이는 바로 정-반-합에 의한 전개가 되는 거야. 서로 상충되는 두 견해를 절충·조화하여 제삼의 견해를 내세웠거든. 흔히 논술이란 자기의 주장을 뚜렷하지 못한 회색빛이라고 비난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단다. 위의 결론을 좀 봐. 제삼의 견해도 매우 훌륭한 견해임을 알 수 있잖니?

  이상의 개요에 따라 실제로 글을 써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거야. 여러분은 이 글의 앞과 뒤에 서론과 결론을 한번 써 보도록 해.

[예시문] 천년고도인 경주에 고속 전철을 놓아 관광객이 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긴 아무리 빼어난 명승지나 유서 깊은 역사 도시라 할지라도 교통이 좋지 않다면 관광객의 입장에서도 불편할 것이고 해당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관광 수입을 올리지 못해 손실을 볼 것이다. 문화 유적지라는 이유만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을 위해 오히려 교통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이는 잘 개발된 현대식 도시는 오히려 역사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망각한 견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가옥인 기와집으로 이루어진 도시. 그것도 땅만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는 천년 수도의 한 가운데를 첨단 문명의 상징이라고 할 고속전철이 지나간다면 부조화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고속전철이 지상으로 통과하느냐 지하로 통과하느냐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비록 지하로 통화하더라도 진동과 소음이 문화재를 손상시킬 것이며 또 건설 과정에서 일어날 굴착 작업이 어디에 묻혀있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쪽 주장을 가만히 따져보면 모두 상당한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반드시 이렇게 양극단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문화재 훼손의 우려도 씻으면서 고도(古都)를 개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분명히 방법은 있다. 이 문제는 개발 아니면 보존이라는 양분법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양쪽의 주장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건 바로 도시 외각에 새로운 역을 건설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문화 유적지의 훼손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먼 곳에서 문화 유적지로 접근하는데 따른 교통상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역을 건설하는 만큼 역에서부터 시내까지는 셔틀버스나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면 충분하리라고 본다.

  '정-반-합'에 의한 본론 전개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이 있어. 그건 '합'이라는 견해가 위에서 보듯이 분명하고 훌륭한 하나의 의견이 될 때에 이러한 본론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야. 논제에 따라서는 '합'의 견해가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 판단이 서지 않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 양쪽주장의 중간에 서버리거나 두 주장에 양다리를 걸치는 학생들을 선생님은 많이 봤단다. 논술의 핵심은 '주장'과 '근거'라고 할 수 있는데 글쓴이의 주장이 분명하지 않으면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없는 거야.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지 못해 어떤 중간 입장에 선다면 그렇게 쓴 답안은 실패작이란다. 그리고 우리처럼 어떤 사안의 대해 비교적 흑백론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는 양극단의 중간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면도 있어.

 

 blue4_1.gif